초식계
초식계(일본어: 草食系, 영어: herbivore men, grass-eater men)는 일반적으로 남성에 대한 유형을 나타내는 조어이다. 초식 동물과 이미지가 맞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데 사용한다. 반대어는 육식계이다. 매스미디어에서 초식계에 관한 용어가 사용된 첫번째 예는 2006년 10월에,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 판에 연재하고 있던 〈U35 남자 마케팅 도감〉에서 초식남자(草食男子)로 명명된 것이다. 그리고 약 2년 후 2008년에 여성 패션 잡지 〈non-no〉(2008년 4월 5일 발매 호)에서 초식남자 특집이 게재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식계 남자의 정의는 논자에 따라서 다르나, 대체적으로 연애에 관심이 없는 남성을 의미한다.
개요
[편집]초식계 또는 초식남은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만만하거나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여겨지는 젊은 남성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로,[1] 암묵적인 희롱 및 언어적 학대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반대되는 용어는 육식계로, 성적으로 더 적극적이고 단호하며 종종 팜 파탈이나 남성을 잡아먹는 사람,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강한 여성으로 간주되는 이들을 지칭한다.[2][3][4]
역사
[편집]이 용어는 작가 후카사와 마키가 처음 고안한 것으로, 본래 일본에서 남성성과 전형적으로 연관된 적극성이나 단호함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남성성을 묘사하려는 의도였다. 그녀의 정의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금욕을 택하고 결혼이나 여성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 젊은 남성을 설명한다.[5] 철학자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초식남을 "남성다움에 얽매이지 않고, 로맨틱한 관계를 탐욕스럽게 추구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받는 데 소질이 없는 친절하고 온화한 남성"으로 정의한다.[6] 후카사와에 따르면, 초식남은 "로맨틱한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육체적 욕망에 대해 비단호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자"들이다.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일본의 초식남이 일본의 전후 평화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종료 이후 일본은 국내외의 어떠한 전쟁이나 갈등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 평화로운 시기 이전까지 많은 일본인은 군인이 되는 것만이 남성다워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느꼈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은 전후 평화 시기를 거치며 서서히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일본 남성들은 덜 공격적이 되었으며, 이러한 성향이 연애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7]
이 용어는 언론에 의해 빠르게 선정적으로 다루어졌으며, "남성성"을 잃은 젊은 남성들이 일본의 출산율 저하와 정체된 경제의 원인이라는 부정적인 함의를 얻게 되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초식남이라는 꼬리표는 결혼이나 안정적인 직장 찾기라는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 대신 외모 가꾸기에 너무 신경을 쓰는 무책임하고 지나치게 여성적인 남성과 연관되기 시작했다.[1] 이로 인해 초식남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으며, 특히 용어와 관련된 사회 낙인을 고려할 때 일본에서 얼마나 많은 남성이 스스로를 초식남으로 식별하는지 추산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의 및 유행
[편집]"초식남"이라는 용어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없지만, 널리 합의된 몇 가지 특징이 존재한다. 이는 초식남과 관련된 특성들이 학술적 분야보다는 대중 문화와 언론에 의해 정의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후카사와 마키가 용어를 고안하며 전달하려 했던 남성성에 대한 관점과 현재의 함의 사이의 대조에서 잘 드러난다.
초식남을 규정하는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라이프넷(LifeNet)이 실시한 것과 같은 대중적인 설문조사에서는 20대와 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서 378명의 남성이 스스로를 "초식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8] 그러나 이 설문조사는 참가자들에게 스스로를 육식계와 초식계 중 하나로 선택하도록 요청했으며, 응답자의 45.9%는 자신을 명시적으로 초식계라고 정의하지는 않지만 육식계에 비해서는 초식계 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한 라이프넷의 "초식계" 정의는 사랑에 대한 일반적인 수동성과 할 말이 있어도 혼자 간직하려는 성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기반했다.
사회 낙인
[편집]대중 매체에서
[편집]일본의 대중 매체가 초식남과 관련된 생활 방식과 표현 방식을 억제하려 하면서, 이 용어는 일본의 경제 구조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약한 남성이라는 개념과 혼용되어 왔다.[9]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 남성인 프리터는 초식남이라는 용어와 동의어가 된 약한 남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중 매체에서 묘사되는 초식남은 대개 경제적 우려에서 비롯된다.[9] 1980년대 거품 경제가 붕괴한 이후 정체된 일본 경제는 정규직 화이트칼라 노동자인 샐러리맨을 중심으로 구축된 노동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1][9]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제 및 노동 구조와 관련하여 존재했던 남성적 이상향—즉, 결혼하여 가정을 부양하는 샐러리맨—에 대한 본질주의적 서사가 의문에 부쳐졌고, 젊은 세대에게 덜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10][1] 많은 청년이 이러한 고용 경로를 거부했으며, 2007년 기준으로 약 920,000명의 남성이 프리터였는데, 이들 중 다수는 일본에서의 직업과 결혼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 때문에 결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10] 야망이 부족하고 무책임하며 남성답지 못한 남성으로 보는 프리터에 대한 시선은 초식남과 관련된 많은 특징과 일치하며, 두 집단 모두 일본의 경제 쇠퇴에 대한 희생양으로 혼용되어 사용되곤 한다.[10] 더욱이 이 용어가 고안된 2006년 이후 대중 매체와 대중 문화에서 널리 쓰이게 되자, 민족주의 단체들은 2008년 경기 침체 속에서 초식남의 등장을 경제적 위협으로 간주하여 공격했다.[9]
결혼
[편집]결혼과 헌신적인 관계에 대한 무관심은 많은 사회적, 경제적 선진국에서 관찰되는 추세이다.[11] 연애나 장기적인 관계에서 일본 여성의 가치관은 나약함 및 비생산성과 연관된 초식남의 특성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여성이 안정적인 직업이 없는 남성과의 결혼을 거부하는데, 이는 안정적인 고용이 성숙함과 남성성, 그리고 가족을 재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의 징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12][1] 다른 여성들은 스스로를 초식남이라 부르는 이들이 나약하고 남성답지 못하다고 느끼며, 일부 남성들은 "독립적인"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13][14][15] 2011년 16세에서 19세 사이의 일본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36%가 성관계에 무관심하거나 혐오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같은 연령대 소녀들의 수치는 59%였다.[16]
잠재적 영향
[편집]
일본은 2014년 합계출산율이 1.42에 불과해 저출산 상태를 기록했으며, 이는 1980년대 중반의 최고치인 1.84에서 하락한 수치이다.[17] 많은 이들이 이러한 급격한 하락의 원인을 일본 내 초식남의 증가로 돌린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초식남들의 결혼 기피 현상이 꼽히고 있다.[16]
일본의 인구는 2011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18] 2014년 일본 인구는 1억 2,700만 명으로 추산되었으며, 현재의 인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까지 1억 700만 명(16% 감소), 2050년까지 9,700만 명(24% 감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19]
문화 및 매체에서
[편집]일본 사회에서 초식남이 증가하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초식남은 일본의 대중문화에서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초식남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행어가 되었다. 2009년 12월에는 유캔(U-CAN)이 선정한 올해의 신어·유행어 대상 TOP 10에 오르기도 했다.[5]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초식계 단시》(초식남)에서는 주인공 중 한 명이 초식남적 성향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그는 여성이 같이 자자고 제안하는 것과 같은 성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5] 같은 해, 싱어송라이터 GACKT는 일본 사회의 초식남적 남성성에 대항하여 "남자의 정신... 그리고 성적 매력"을 북돋우기 위해 남성 한정 록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20]
《오히토리사마》(お一人様, 싱글 레이디)는 2009년에 방영된 TV 드라마로,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게 된 초식남과 그의 직장 동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초식남인 신이치는 전통적인 "남성다운" 남성과 정반대로 묘사되며, 직장에서의 야망과 연애 경험, 남성성과 연관된 관계 추구 의지가 부족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드라마는 비교적 인기를 끌어 9.4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21]
대중문화에서
[편집]대중 매체에서 보여지는 수사법과는 반대로, 초식남과 관련된 특성들은 청년기 특유의 중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성성을 나타내는 미학이자 예술 양식인 미소년과 같은 용어와 함께 대중문화 및 엔터테인먼트에서 긍정적으로 등장해 왔다.[22][23] 초식남이 등장하는 대중 매체의 소비자들은 상업화된 형태의 이 전복적이고 비단호한 남성성 이미지를 유행에 맞고 매력적이며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22][23]
J-pop
[편집]
J-pop은 초식남의 규정적 특성들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중 매체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다.[23]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고 보이 밴드 형식을 따르는 아이돌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다운 모습보다는 소년답고 젊게 보이거나,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과 외모를 선보일 때 대중문화에서 큰 호응을 얻는 경향이 있다.[22][23] 캄 루이는 전직 J-pop 보이 밴드 SMAP, 특히 멤버 쿠사나기 쓰요시를 온화한 태도와 부드럽고 중성적인 비주얼로 인기에 기여한 일본 아이돌의 사례로 언급한다.[22] 초식남을 일본 사회에 부담을 주는 수동적인 개인으로 묘사하는 대중 매체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SMAP을 비롯한 여러 밴드는 국제 관계와 세계화 추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23] 어떤 경우에는 그들의 초식적 남성성이 음악과 함께 아시아 국가 및 비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22][23]
더 넓은 대중문화 현상과의 연결
[편집]일부 학자들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초식남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 BL(Boys' Love) 및 야오이 장르와 같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른 형태의 매체 사이에 잠재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22][24][23] 대중 매체 속 초식남의 중성적이고 국적을 초월한 요소들과 선구적인 야오이 창작자들에 의해 공고해진 문법들(예: 작품을 제작 장소로부터 분리시키는 고도로 미화된 유럽풍 환경 속의 중성적인 남성 묘사) 사이에는 유사점이 존재한다.[22][24]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1 2 3 4 5 Castro-Vázquez, Genaro (2013). 《SHORT REPORT: Gender, pride and medical circumcision in contemporary Japan》. 《Culture, Health & Sexuality》 15. 101–113쪽. doi:10.1080/13691058.2012.738827. ISSN 1369-1058. JSTOR 23524971. PMID 23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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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식계 여자의 특징 17선|육식계 여자가 남성으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란? | 恋学[Koi-Gaku]” (일본어). 《사랑을 배우고 강해진다|연학[Koi-Gaku]》. 2020년 2월 26일. 2022년 9월 14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22년 9월 14일에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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