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뜨거운 녀석들'의 재기발랄한 감독 에드거 라이트

입력2007.07.05. 오전 4:05
수정2007.07.05. 오전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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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녀석들'의 에드거 라이트

[이동진닷컴] 최근 국내 개봉한 ‘뜨거운 녀석들’(Hot Fuzz)은 아마도 올 개봉작 중 가장 재기발랄한 영화일 것이다. 형사 버디 무비의 골격을 가져온 영국 감독 에드거 라이트의 이 영화는 샌포드라는 작은 시골 마을의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찰 엔젤(사이먼 페그)과 대니(닉 프로스트)의 활약을 그린 액션 코미디. 조지 로메로의 좀비 영화 ‘새벽의 저주’를 패러디한 전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까지 보고나면, 에드거 라이트가 장르 영화 비틀기에 얼마나 재능이 뛰어난 감독인지 실감할 수 있다.

33살의 나이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에드거 라이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답변을 받기까지 2주나 걸려서 속을 끓이긴 했지만, 건너 뛴 질문 하나 없는 성실한 답변은 늦은 답장에 대한 약간의 짜증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주연한 두 배우, 사이먼 페그나 닉 프로스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사이먼 페그는 12년 전 어느 스탠드업 쇼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사이먼은 그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지역 출신인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친해졌죠. ‘뜨거운 녀석들’의 무대인 웨스트 컨트리 지역 말입니다. 그 인연으로 1년쯤 뒤에 ‘Asylum’이라는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닉 프로스트는 사이먼의 룸메이트로 그 이후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닉은 직업이 웨이터였죠. 1999년에 ‘Spaced’라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기획할 때, 그가 배우가 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안을 했던 게 그의 데뷔작이 된 거죠.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그 작품에서 닉은 정말 뛰어난 연기 솜씨를 보여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뜨거운 녀석들’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연기 앙상블은 실로 대단해 보입니다. 감독으로서 두 배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사람 다 환상적인 배우들이죠. 코미디 연기에 통달한 데다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연기까지 보여줍니다. 그들이 지난 15년간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면 두 사람 사이의 놀라운 앙상블의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 두 배우와 계속 함께 작업할 것인지요. 이들을 제외하고,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주연으로 해서 영화를 만드실 수도 있습니까.

“다른 배우들과도 작업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이먼, 닉과 함께도 계속 작업하고 싶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다시 팀을 이뤄서 세 번째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요.”

-‘뜨거운 녀석들’은 영국사회의 보수화에 반대하는 영화로 보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인종주의적인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것은 영국 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유럽에서 종종 뱔견되는 사실로 느껴집니다. 이런 유럽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적하신대로 확실히 그런 경향이 영국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시골 마을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지요. 작은 시골 마을에선 “3대의 무덤이 같이 있지 않으면 진정한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외부에서 온 사람들로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또한 ‘뜨거운 녀석들’에는 오직 표피적인 일에만 신경쓰고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선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풍자가 많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영국에는 확실히 위선이 많죠.”

-‘뜨거운 녀석들’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비해서 훨씬 더 복잡한 영화로 보입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기본적으로 조지 로메로의 영화를 패러디하는 데서 기본 동력을 얻어내는 데 비해, ‘뜨거운 녀석들’은 훨씬 더 많은 레퍼런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차기작에도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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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녀석들'의 배우 닉 프로스트(왼쪽), 사이먼 페그(오른쪽)와 함께 선 에드거 라이트(가운데).

“두 작품 사이엔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런던이라는 도시에 보내는 애증이 엇갈리는 편지 같은 영화인 것처럼, ‘뜨거운 녀석들’은 영국의 전원 마을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액션 영화를 많이 패러디하는 만큼, 그 영화들에 보내는 발렌타인 카드 같은 작품인 거지요.”

-‘뜨거운 녀석들’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탁월한 영화적 리듬이었습니다. 쇼트와 쇼트, 씬과 씬이 연결될 때 대단히 스피디하면서도 리드미컬했으니까요. 스스로 갖고 있는 편집의 원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플로우(커튼을 열 듯 장면이 전환되는 방법) 같은 장면 전환법을 무척 좋아합니다. ‘뜨거운 녀석들’의 형식적 원칙은 정신 없는 액션 영화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이었어요. 다이나마이트가 연쇄폭발 하듯이 사이를 두지 않고 요란하게 장면들을 이어붙임으로써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마치 폭발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길 바랐던 겁니다.”

-이 영화에서 엔젤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전부 노인들입니다. 액션영화의 일반적인 관습으로 볼 때, 노인들을 상대로 싸우는 장면은 무척 파격적이어서 한편으론 당혹스럽고 또 한편으론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설정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의미는 단순합니다. 노인들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들도 언제든지 당신의 엉덩이를 걷어찰 수 있다는 거죠.(웃음)”

-노인들을 상대로 싸우는 클라이맥스 총격 장면은 린제이 앤더슨(Lindsay Anderson)의 ‘만약에(IF...)’의 라스트 씬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성공회 신부를 쏘는 장면에서 그런 느낌인데요, 혹시 이 영화를 떠올리면서 그 장면을 만드셨습니까?

“저는 린제이 앤더슨의 팬입니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만약에’를 의도적으로 패러디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의 평범한 사내들 대신 노인들을 악당으로 그려냄으로써 대단히 초현실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려고 한 겁니다.”

-영화에 잔혹한 장면이 아주 많습니다. 좀비 영화의 관습이긴 하지만,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는 좀비들이 산 채로 사람의 내장을 뜯어먹는 장면이 나오고, ‘뜨거운 녀석들’에는 교회의 돌탑이 사람의 상반신에 거꾸로 박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잔혹한 장면을 자주 묘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그저 취향인 것인지요. 그리고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잔혹한 묘사는 부담스러워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관객들을 계속 긴장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많은 코미디들이 무미건조하고 예측가능한데, 저는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녀석들’은 스펙터클한 살인 장면들이 있는 80년대 말의 폭력적 액션 영화들에 경의를 바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로보캅’ ‘마지막 보이스카웃’ ‘다이 하드’ 같은 영화들이지요.

-‘뜨거운 녀석들’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관계를 동성애적인 시각으로 읽는 시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십니까.

“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충분히 두 남자 사이의 로맨스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뜨거운 녀석들’은 수많은 액션 영화들이 갖고 있는 동성애적 모티브를 명백히 건드리고 있는 작품이죠. 저는 오래 전부터 형사 버디 무비가 남자들의 로맨틱 코미디 같은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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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프로스트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는 에드거 라이트(왼쪽).

“주인공 엔젤이 샌포드로 돌아가는 장면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주유소 안의 간이매점에서 액션영화 디비디들을 보자마자 엔젤은 홀로 복수의 천사가 되어 샌포드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죠. 샌포드에 도착하자마자 적을 드롭 킥으로 날리고 중무장하는 장면까지 그 시퀀스 전체가 좋아요.”

-피터 잭슨은 어떻게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습니까.

“피터 잭슨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무척 좋아했고 또 지지해준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친구로 지냈죠. ‘뜨거운 녀석들’에서 카메오로 나오고 싶다고 하길래 제가 산타 클로스 복장을 한 킬러 역할을 맡긴 겁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두 인물이 좀비들을 레코드판으로 공격할 때 프린스의 ‘퍼플레인’ 앨범은 아까워서 던지지 않는 대신 프린스가 담당한 영화 ‘배트맨’ 사운드트랙 음반은 아낌없이 던집니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의 앨범도 아낌 없이 던지구요. 음악 팬으로서 ‘배트맨’ 음반이나 다이어 스트레이트의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지요?(웃음)

“저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즐깁니다. 하지만 프린스의 ‘배트맨’ 앨범은 그의 다른 앨범 ‘퍼플 레인’ 앞에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하는 음반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이어 스트레이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저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그들의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을 삽입하려고 했지만 결국 허락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복수로 그 영화에서 그들의 앨범을 내던져버린 거지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교합니다.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과 취향을 영화적 무기로 삼고, 유희 정신을 기본으로 삼는 재기 넘치는 감독이란 점에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좀 잔혹한 장면을 즐겨 넣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런 비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비교를 들을 때마다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작품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공통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기를 바랍니다.”

-가장 좋아하는 버디 무비는 어떤 영화입니까.

“로버트 드 니로와 찰스 그로딘이 콤비로 나온 ‘미드나이트 런’입니다.”

-최근에 어떤 한국영화를 보셨습니까. 그 영화들은 각각 어떠했는지요.

“저는 봉준호 감독의 빅 팬입니다. ‘괴물’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깜짝 놀랐죠.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찰 수사극 중의 하나일 겁니다. 저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모두 봉 감독을 무척 좋아하죠. 우린 봉 감독이 새로운 스필버그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은 어떤 영화를 하실 계획입니까.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실 계획이 있는지요.

“저는 2편의 할리우드 영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와 함께 하는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죠.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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